뮤지컬의 넘버에 따른 구성
이번에는 뮤지컬 넘버에 따른 분류를 해보려고 한다. 이 역시 기존의 유명한 몇몇 작품을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도우려 한다. 여기부터가 찐이다. 아는 뮤지컬들이 있다면 클릭해서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곡 분류
Lead Song(Theme song)
뮤지컬 전체를 이끌어가는 노래. 앞서 소개했듯이 “Production Number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감동적이면서 기억하기 쉽도록 작곡된다. 리프라이즈 넘버를 통해 자주 반복되어 관객에게 기억에 남도록 한다. 아래에 들어준 예시도 한 번이라도 해당 뮤지컬을 본 사람이라면 이 곡이 기억 날 것이다.
레베카 - Rebecca https://youtu.be/tU8dVCoF3aQ

개인적으로는 매우 팬인 뮤지컬 배우가 있다. ‘신영숙’ 배우님인데 그분에게 처음 반했던 것이 바로 레베카 뮤지컬에서였다. 그녀는 레베카를 그리워하는 댄버스 부인 그 자체였다. 꽤 앞쪽에서 무대를 봤었는데 1부 마지막곡이 Rebecca였고, 2부 시작곡이 Rebecca 리프라이즈였다. 1부 마지막 곡 때는 물론이고 2부 시작곡에서도 그녀의 성량에 모두가 초흥분 상태여서 관객들의 박수가 첫 곡만에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침이 마르도록 뮤지컬 “레베카”의 신영숙 캐스팅을 홍보하고 다녔다. 뒤늦은 입덕. 제목도 레베카이기에 레베카를 애타게 부르는 댄버스 부인의 노래는 뮤지컬 레베카의 리드송이다.
오페라의 유령 - The Phantom of the opera https://youtu.be/EGb4hj-EXt0

빰~~~ 빰빰빰빰빰~~~ 빠밤~~ 이 멜로디 라인은 심지어 노래도 아니고 반주인데 모두가 이걸 기억한다. 이 라인은 파이프 오르간으로 제일 먼저 나오는데 오르간의 웅장함이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연상시킨다. (이렇게 얘기하면 굉장히 전문가 같아 보여서 좋다.) 이 곡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곡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뭔가에 충격받았을 때 많이 등장했던 음악이다. (빠라밤~~ 빠라바라바~~ 밤~~. 모르겠다면 다음을 클릭해서 들어볼 수 있다. https://youtu.be/HuguuqUFFaI)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들으면 이 곡과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들면서 충격적인 상황인 듯한 기분이 든다. 막상 자세히 비교해서 들으면 멜로디 라인이나 리듬이 전혀 비슷하지 않은데 오르간 소리 때문인지 유사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작곡가)가 작정하고 그렇게 썼을지도.(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이곡 역시 오페라의 유령의 리드송이다.
스위니 토드 - The Ballad of Sweeney Todd https://youtu.be/7fVBqm2v8Tg

이 곡은 뮤지컬 전체를 통틀어 7번 반복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분석하면서 너무 소름 돋았던 곡이다. 일단 제일 처음 들리는 반주의 리듬을 듣다 보면 ’이건 대체 박자표가 어떻게 되는 거지’ 하고 혼돈에 휩싸인다. 심지어 멈추지 않고 계속 반복된다. 정박이 당연히 나올 것 같은 위치에서 정박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화음이 아주 강렬하게 나온다. 첫 곡에서 아주 세게 기강을 잡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처음 악보를 보고도 기괴한 화성들에 이 작곡가는 “천재”구나(순화된 표현)하고 감탄했다. 첫 곡이기도 하면서 리드송인 The Ballad of Sweeney Todd. 충격적인 스토리답게 음악도 충격적이고 리드송을 가장 앞으로 빼서 강렬하게 시작하는 것도 아주 극단적이어서 이 작품의 특성을 잘 나타내 주는 것 같다.
Company Song
Lead Song의 등장을 유도하거나, 돕는 합창곡. 극전체의 통일감을 주기 위해 사용되고 분위기를 알려주기 위한 장치로서의 곡이다. 보통 가사가 정확히 전달되기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달해 주는 정도로서 쓰인다.
레 미제라블 - Look Down https://youtu.be/RP4evZVuLkM

레 미제라블을 본 사람이라면, 작품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레 미제라블의 첫인상은 매우 강렬하다. 바로 감옥에서 죄수들이 격한 육체노동을 하는 장면이다. 죄수인 장발장과 자베르의 만남도 이곡에서 이루어지며 극 전체의 웅장함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 이 곡이 레 미제라블의 Company song이라고 할 수 있다.
캣츠 - Jellicle Songs https://youtu.be/GbpP3Sxp-1U

캣츠의 시작을 알리며 그래서 “젤리클”이 대체 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곡. 위에서 설명한 대로 어떤 중요한 가사가 있다기보다는 합창곡으로서 캣츠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다 나와 분위기를 알려주는 곡으로 사용되었다. (놀랍게도 젤리클이 뭔지 끝까지 안 가르쳐준다. 그냥 유추할 뿐.)
I am Song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이 부르는 노래. 극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며 자신의 상황에 대한 설명적 대사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 가사의 전달이 중요한 노래이다.
위키드 - Defying Gravity https://youtu.be/-pIcGZswWQU

개인적으로 위키드에서는 ‘Popular’이라는 곡(후반부에 언급된다)과 이 곡, 두 개의 곡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특히 이 곡은 뮤지컬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1부의 마지막 곡이다. 주인공인 엘파바가 이제는 이전처럼 살지 않겠다, 높이 날아오르겠다고 다짐하는 노래이다.(실제로 이 장면에서 엘파바는 와이어를 타고 높이 날아오른다.)
레드북 - 나는 야한 여자 https://youtu.be/Ls3v0FNx_V4

자신이 쓰고 싶은 글에 대해 인정하고 세상이 뭐라 하든 나는 마이웨이 하겠다는 내용의 가사. 이 노래는 듣다 보면 뭔가 나도 금기의 장소에 발을 들이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가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여러분도 제목만 봐도 클릭하고 싶지 않은가? 이 역시 주인공이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노래, I am song이다.
Show stopper
극의 내용과 상관없이 넉살 좋게 불려지는 노래. 앞에 뮤지컬의 구조에서도 나왔던 말이라 같은 역할을 하는 넘버라고 생각하면 된다.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고 뮤지컬적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곡이다. 보통 감초역할을 하는 조연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이자 내가 좋아하는 넘버들이 많다.
레 미제라블 - Master Of The House https://youtu.be/giDTIxlXpkA

여관집 주인장들이 손님들 등쳐먹는 노래. 몇 안 되는 이 뮤지컬의 쇼 스토퍼(개그 넘버)로, 진정한 블랙 코미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넘버다. 술 취한 듯한 발음과 걸음.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극의 진행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가사들. 하지만 극의 분위기를 그저 심각하게만 흘러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위키드 - Popular https://youtu.be/R4rpG-dipYA

엄청나게 높은 톤의 목소리와 짜증 나는 공주병 성격의 글린다의 매력을 마음껏 느끼게 해주는 곡. 처음엔 엘파바(주인공)를 무시하기만 하는 부잣집 딸래미인 줄 알았는데, 이 곡을 듣고 나면 글린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 글린다가 “팝퓰러” 하는 순간 너무 귀엽다. 용서가 된다. 이런 방법으로도 쇼 스토퍼를 만들기도 하는구나 싶다.
Charm Song
밝고 희망적인 넘버. 대개 여러 사람이 합창으로 부르며 오래 기억되는 넘버이다.
레 미제라블 - Do you here the people sing? https://youtu.be/TX9UtBij_t8

혁명의 노래라고 불리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와 합창으로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합하고 희망적인 세상을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Charm song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곡은 프랑스혁명과 관련 있는 민중의 노래인데, 프랑스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도 왠지 가슴이 웅장해지고 애국가를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싱어롱 극장에서 레 미제라블이 상영됐을 때 이 노래를 다 같이 불렀다는 썰이 있다.
마틸다 - When I grow up https://youtu.be/6X9kzmwH0CE

아이들이 엄청나게 출연하기에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겠다 싶었던 뮤지컬. 특히 이 곡은 극의 마지막에도 커튼콜로 반복되면서 따뜻한 느낌으로 극을 마무리해 주는 합창곡이다. 킥보드를 타고 나오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른이 되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가사이지만,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을 나열하는 것들에 엄마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 면에서 Charm song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뮤지컬 음악을 분류해 보고 그 분류에 맞게 넘버들을 소개해 보았다. 쓰다 보니 뮤지컬에 대한 나의 애정이 자꾸 비집고 나와서 설명이 아닌 에세이가 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어쩌면 이런 애정을 드러내며 쓰는 글이 또 다른 의미로 잘 읽힐 거라고 합리화해 본다. 뮤지컬을 향한 나의 애정은 여러 작품들을 보고, 또 작품을 만들게 되면서 더 커질 것이다. 여러분들에게도 이 글이 뮤지컬을 좀 더 깊이 알고 싶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